감사 “수매가 관련 불합리 의견에 일방적 폭행당해” 조합장, “언쟁 있었지만 수매가 얘기와 폭행 없었다”

수확기를 맞아 쌀 수매가와 관련 농민단체와 농협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천 지역농협 조합장이 농협 감사와 수매가를 놓고 언쟁을 벌이던 중 감사를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A농협 감사 K씨(60)에 따르면, K씨는 지난 16일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식당에서 조합장, 선임이사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던 중 쌀 수매가와 관련 언쟁이 벌어지자 조합장이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K씨는 "수매가를 결정할 때 농민들의 의견은 듣지 않고 조합장들끼리 담합해 결정하는 현 관행은 불합리하다고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조합장과의 의견차이로 언성이 높아지자 조합장이 수저통을 집어던진데 이어 멱살을 잡고 수차례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고 말했다. 

K씨는 또 "장애2급으로 왼손을 쓰지 못하는데다 같은 식당에 있다가 싸움을 말리러 나선 지역 이장에게 팔을 잡힌 상태에서 조합장의 폭행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얼굴, 목 등에 상처를 입은 K씨는 16일 저녁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16일은 K씨의 60번째 생일이었다. K씨는 “생일이라며 조합장이 식사나 하자고 초대해 나간 자리였다”면서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던 중 이번 수매가 결정과 관련 농민의 입장에서 할 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K씨는 이어 “일평생 농사꾼으로 살아왔고 농협 감사로서, 또 지역 쌀전업농회장으로서 농민의 입장을 대변해 말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이는 농민의 대표라는 지역농협 조합장이 농민의 소리를 폭행으로 묵살한 것”이라며 분개했다.

이에 Y농협 조합장은 “생일축하를 겸해 K감사와 농협직원 간 오해가 있어 풀어주려 마련한 자리였다. 그러나 (K씨가)감사를 그만두겠다는 등 고집을 꺾지 않아 언쟁이 벌어졌다”며 “그 자리에서 수매가 얘기는 오가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조합장은 또 “어떤 이유로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 “술이 과해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서로 멱살을 잡고 옥신각신한 것 뿐 K씨를 때린 적은 없다”고 주장, 폭행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K씨의 가족들이 Y농협 조합장을 경찰에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번 폭행 논란으로 인해 수매가와 관련한 농민단체와 농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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