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가 제 목소리 낼 수 있는 사회적 인식 전환 필요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갑질 횡포’의 심각성이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 주변에도 만연하고 있는 ‘갑질’의 행태를 쉽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지역의 한 농협에서 조합장이 직원에게 폭언을 하며 사무실 집기를 부수는 등 난동을 부린 사건이 일어났다. 신체에 가해진 직접적인 폭행은 없었다지만,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하며 집기를 부수는 행위만으로도 당하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위협이고 위해가 아닐 수 없다. 하물며 상하관계가 분명한 조직에서 윗사람이 그런 위해를 가한다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이에 앞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교사 폭행사건. 바로 우리 이천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라 시민들에게 그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온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위 농협의 경우와 달리 학생이 기간제교사를 폭행한 사건으로, 얼핏 보면 ‘갑의 횡포’라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위 농협사건과 학교 사건의 본질은 별반 다르지 않다.

위 두 사건의 피해자인 농협 직원과 기간제교사는 자신이 당한 일에 어떠한 문제제기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사건 자체가 더 이상 알려지지 않고 조용히 덮어지기를 바라는 눈치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들어도 공분을 살만한 일에 왜 정작 당사자들은 더욱 움츠러들고 감추려고만 하는 걸까? 그건 바로 그들이 이 사회에서,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약자’이기 때문이다.

농협의 직원은 조합장이 쥐고 있는 ‘인사 권한’ 때문에, 기간제 교사 또한 계약이 만료되면 재계약이 안 될까봐, 억울해도 속앓이만 할 뿐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기간제교사를 ‘알바’라고 칭하며, 잘못을 지적하기라도 하면 ‘진짜 선생도 아니면서 왜 그러느냐’고 대든다고 한다. 이것이 과연 소위 말하는 ‘요즘 애들’이라서 그런 걸까?

해당 학교를 방문했던 한 학부모의 말에 의하면, 교무실에 기간제교사의 자리는 없었다. 교무실이 아닌 무슨 ‘연구실’이라는 명칭이 붙은 방에서 회의탁자 같은 것을 책상으로 쓰고 있더라고. 기간제교사를 교사로 인정하지 않는 이런 학교의 분위기가 아이들에게 기간제교사를 ‘알바’로 느끼게 한 것은 아닐까, 어른들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단지 근무복을 입지 않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조합장에게 폭언과 위협을 당해야했던 농협 직원도, 제자들에게 폭행을 당하고도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기간제교사도, 모두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서민’들의 군상일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과연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외계층만이 사회적 약자이고, 그들에게 연말연시 성금`성품을 전달하며 사랑을 나눈다고 생색내는 것이 배려인가.

우리 모두 서로의 관계 속에서 ‘약자’일 수 있으며, 또한 동등한 입장에서 존중받아야 할 배려의 대상인 것이다. 우리사회의 수많은 ‘을’들이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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