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부정에 ‘NO'라고 하는 소신이 인정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길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우리는 대개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른 채 행동했거나, 또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떤 부정한 일에 엮이게 되었을 때 흔히들 이런 말로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이 말이 얼마나 ‘내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치졸한 변명인지’ 한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19일 이천시청 공무원 3명이 수해복구공사 계약업무 부당처리로 감사원에 적발된 사례가 발표됐다(하단 관련기사 참조). 이들은 2013년 긴급수해복구공사를 진행하면서 입찰과정부터 특정업체에 유리하도록 공사공법을 바꾸고 특허사용협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등 특혜를 주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들 중 가장 책임이 큰 과장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팀장과 담당직원에게는 징계 조치를 요구했다.

실제 담당업무를 진행한 팀장과 담당직원에 대해 감사원은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그대로 따라 결과적으로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게 됐다’고 징계사유를 밝혔다.

감사원 결과를 보면, 이들이 관련업무 처리에 있어 상사의 지시에 따랐다고 진술함에 따라 그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이 정말 상사의 지시가 부당한 것인지 모르고 그대로 따랐을까. 더군다나 이천시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한 하천시설물 관련 특허공법이 포함된 8건의 공사 중 이번에 지적된 특정업체의 공사건에만 예외를 두어 특혜를 주게 됐다면 담당직원으로서 마땅히 알았을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이천시는 관련 사안으로 감사를 받은 직후인 지난 3월 해당 직원에 대해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정기인사를 한 달가량 앞둔 시점에서 단독 승진인사발령을 낸 것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승진서열상 1위였고, 마침 팀장급에 결원이 생겨 인사를 한 것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감사를 받은 후 감사원의 징계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단독 승진인사를 단행한 것은 뭔가 석연찮은 느낌을 안겨준다.

이를 지켜본 대다수의 공무원들은 ‘결과야 어찌됐든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징계를 받아도 승진할 수 있다’며 수군댄다. 조직에서 평가하는 ‘일 잘하는 사람’의 기준은 ‘상사의 말에 토 달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하는 말 잘 듣는 사람’이라고.

이런 사례가 많아질수록 이에 대항하는 목소리 또한 줄어들고 있다. 아무리 소리쳐도 개선되지 않는 조직에 회의가 느껴져 포기했다는 공허한 외침만 떠돈다. 그동안 이천시는 인사문제에 있어 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잡음만 무성할 뿐 개선되는 건 하나도 없어 ‘역시 위에 잘 보이는 게 살 길’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비록 경고에 그쳤지만, 위 해당 공무원 2명에 대해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그대로 따른 죄’를 지적한 감사원의 발표에 일말의 희망을 본다.

이젠 이천시청이 부당한 일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소신과 용기가 인정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그것이 곧 이천시를 위하고 이천시민을 위한 길이며, 바닥까지 떨어진 이천시의 청렴도를 높이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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