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형 하이디스 전 지회장 정리해고 투쟁 중 스스로 목숨 끊어

“먹튀자본 살인자본 하이디스는 열사 죽음에 사죄하고 정리해고 철회하라!”

 
하이디스 이천공장 폐쇄 결정과 관련 특허기술을 먹고 튀는, 이른바 '먹튀 기업' 폐해가 결국 노동자를 죽음으로까지 이르게 한 사태로 이어졌다.

지난 11일 오후 고 배재형 노동열사(금속노조 경기지부 하이디스 전 지회장)가 설악산에 있는 한 야영장 인근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6일 연락을 끊고 사라진 열사가 선택한 죽음은 하이디스 전인수 대표이사를 비롯한 하이디스 자본의 무책임한 정리해고와 먹튀 행각에서 비롯됐다. 열사는 집을 나가기 이틀 전인 지난 4일 하이디스 전인수 대표이사를 만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전인수 대표이사는 이 자리에서도 ‘업무방해로 고소하겠다, 희망퇴직을 받지 않으면 손해배상 청구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등 겁박으로 일관했다고 전해졌다.

지회 관계자는 “배 전 지회장이 지난 4일 사측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해고자를 희망 퇴직시키지 않으면 지회에 손해배상 가압류 소송을 걸겠다는 얘기를 듣고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사측은 배씨와의 면담에서 민형사상 책임 발언에 대해 “그런 언급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사 가족으로부터 장례절차와 관련한 전권을 위임받은 금속노조는 12일 경기지부(지부장 정규전), 하이디스지회(지회장 이상목)와 함께 투쟁대책위를 구성, 열사정신을 계승하고 먹튀자본 하이디스 규탄과 공장폐쇄・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투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열사 죽음에 대한 회사 책임인정과 책임자 처벌 ▲하이디스 공장폐쇄・정리해고 철회 ▲유가족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조합원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지난 13일 오전 11시 하이디스 이천공장 정문 앞에서 특별교섭 요청 전달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조는 “하이디스와 그 소유주인 대만 이잉크사는 우리의 경고를 가벼이 여기지 말라. 금속노조와 경기지부, 하이디스지회는 14일 ‘故 배재형 노동열사 정신계승 및 투쟁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먹튀자본 살인자본 하이디스가 우리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때까지 전력을 다해 투쟁할 것이다”고 강력 투쟁의지를 밝혔다.

한편 하이디스는 지난 1월7일 사내전산망을 통해 공장폐쇄 결정을 공고한 뒤 정리해고 관련 협의를 노조에 요구했고, 이후 희망퇴직을 몇차례 반복 시행하다 25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후 지난 3월 1일자로 총 82명을 정리해고 한 바 있다. 현재 40여명이 남아 공장을 지켜가며 일하고 있다.

2008년 회사를 인수한 대만의 이-잉크(E-lnk)는 하이디스의 광시야각 원천기술 특허 장사에만 집중하다 공장을 폐쇄하고 끝내 정리해고를 단행해 ‘기술 먹튀’ 의혹을 받고 있다.

국회와 노동계는 그동안 “특허권 수익으로 국내공장 기술·설비투자를 늘리면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며 공장폐쇄와 정리해고에 반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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