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9년차 준비된 농부 ‘현강농원’ 송기봉 대표

 
유기농하기 제일 힘든 과일 복숭아 유기재배 성공

“흙이 살고 만물이 숨 쉬는 자연을 미래에도 남겨주고 싶습니다.”
서울에서의 안정된 직장 생활을 접고 평소 꿈꾸던 전원생활에의 실현을 위해 결심, 귀농 9년차를 맞은 현강농원 송기봉(55) 대표의 소박하고도 일관된 소신이다.

이천시 대월면 군량3리 마을로 접어들어 농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현강농원’이라는 조그만 입간판이 보인다. 꽃이 피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라 조금 썰렁해 보이지만, 곧 만개할 복사꽃의 장관이 눈에 선히 그려지듯 탁 트인 농원의 풍경이 시원하다.

지금은 수몰돼 없어져 버린 충북 제천이 고향인 송 대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상경해 농촌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한 상태였다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천으로의 귀농이 쉽지는 않았을 터. 이제 제법 농사꾼 태가 나는 송 대표는 인근에서 ‘생태전문농부’로 유명하다.

 
“처음 적응이 가장 힘들었죠.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쳐 귀농 4년차에 첫 복숭아를 수확하고 맛을 봤을 때 ‘드디어 내가 해냈구나’하는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물론 그 자신감은 첫 수확한 복숭아의 맛 때문인 건 당연한 일. 현강농원의 복숭아들은 거의 대부분 벌레 먹고 못생긴 복숭아들뿐이다.

삶 자체가 친환경 그대로인 ‘못생기고 벌레도 먹는 복숭아’를 재배하는 송기봉 대표. 귀농 전부터도 유난히 생태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송 대표는 웬만한 환경전문가 못지않은 친환경 삶을 실천하고 있다.

농사에 대해 전혀 무지한 상태였던 송 대표가 이렇듯 귀농에 성공해 ‘생태전문농부’가 되기까지, 그 배경에는 그의 남다른 노력이 숨어 있다.

9년 전 귀농을 결심한 후, 단국대 대학원에서 유기농업에 대해 공부하며 주말농장경영 등 8년의 시간을 귀농을 위한 준비에 투자했다. 말 그대로 ‘준비된 농부’였던 것.

이렇듯 준비된 농부 송 대표는 귀농 후 3천여 평의 복숭아농장을 마련, 그 곳에 자신의 모든 꿈을 심었다. 열심히 공부했던 것을 토대로, 손수 제작한 생태화장실에서 생산한 친환경비료와 스테비아 농법 등 친환경만을 고집하며 농장을 경영하는데 강한 자부심을 보인다.

현강농원에서는 최소한의 화학비료도 쓰지 않는다. 상품으로 출하할 수 없는 복숭아를 모아 발효시킨 친환경 액비를 만들어 쓰고 있다. 무공해로 자연 발효돼 살균작용을 하는 이 액비는 다시 밭에 뿌려져 흙을 살아나게 한다. 그래서 현강농원의 흙 속에는 온갖 벌레들이 살아 숨 쉰다.

‘벌레도 먹어야 사람도 먹을 수 있다’는 송 대표의 오랜 신념아래 현강농원의 홈페이지 주소도 ‘www.벌레먹은.kr’ 이다.

“첫 수확 때 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못생기고 벌레 먹은 복숭아가 많다”는 그는 “그래도 다들 못생긴 우리 복숭아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면서 무공해 농산물 생산에 자부심을 갖는다.

 
그러면서 귀농 초기, 서울의 한 대형마트 직원이 찾아와 ‘친환경으로 재배하면서 모양 좋은 복숭아만을 납품해 줄 수 없느냐’는 주문에 그냥 돌려보냈다는 일화를 들려주며 아쉬움을 전했다.

친환경으로 재배하면서 벌레 없는 깨끗한 복숭아만을 원하는 대형마트 등에서의 요구에 제대로 감정이 상한 송 대표는 애초부터 그런 쪽(?)과의 거래를 거절했다.

‘무공해’만을 고집하기에 벌레 먹은 복숭아가 많은 현강농원의 복숭아는 그래서 자체 판로가 따로 있다. 생협과 현장귀농학교의 회원들, 그리고 유기농산물만 고집하는 수도권의 소비자들이 모두 그의 고객. 수확철이 되면 벌레 먹은 복숭아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란다.

그런 고객들로부터 무공해 농산물의 맛과 품질을 인정받은 그는 또 화학제품을 전혀 섞지 않은 복숭아식초, 병조림 등 다양한 제품을 직접 만들어 회원들과 나눈다.

또 그렇게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복숭아들을 수확하면 조금이라도 따로 챙겨 꼭 보내주는 곳이 있다. 바로 암 환자들을 위한 암센터나 시설에 보내는 것.

“많은 양은 아니지만 몸에 좋은 음식을 나누고 싶은 마음을 담아 보낸다”는 그는 “친환경으로 소통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송 대표는 또 친환경농법을 실천하는 지인들과 ‘참농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지난 2009년부터 도시의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체험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농촌을 찾은 아이들은 참농회 회원들의 논과 밭에서 모내기, 미꾸라지 잡기, 복숭아·채소 수확 등 넓은 들판을 뛰놀며 몸으로 자연을 느끼는 귀한 체험을 하게 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생태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자연 그대로를 물려주고 싶은 송 대표는 “타고난 농사꾼은 아니지만 누구나 돌아오고 싶은 농촌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다.

준비된 농부 송 대표의 성공적인 귀농생활. 그는 이제 참농회 회원들과 함께하는 ‘제철꾸러미 공동체’의 구체적인 실행을 준비중이다.

제철꾸러미 공동체는 친환경농업인들의 생산공동체로, 소비자들은 이곳에 월정액을 지불하고 월 4회 제철 농산물을 제공받는 직거래방식이다.

송 대표는 “공동체를 통해 지역의 농산물이 순환하고, 소농들은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게 된다”면서 “또한 소비자와 생산자는 단절된 사이가 아닌 농업을 통해 소통하는 방법을 익혀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늘 연구하는 농부, 흙을 사랑하는 농부 송기봉 대표. 무농약으로 자연 그대로의 생명력을 지닌 유기농생태농업을 지향하는 송 대표는 오늘도 벌레 먹은 복숭아를 수확하며 자연의 건강을 지킨다.

 
“땅과 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보다 슬기로운 자세로 우리 밥상이 우리 먹거리로 차려지기를 꿈꾸며 농사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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