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표준영정 등 31점 전시..9월21일까지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월전 장우성(月田 張遇聖, 1912-2005) 선생이 그린 위인들의 영정 초본을 살펴보는 계기로 ‘월전의 영정 초본 展’을 개최하고 있다.

초본이라는 것은 작품의 틀을 구상하는 단계에서의 밑그림을 말하는데, 한 인물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인물이 지닌 정신과 영혼을 이해해야만 한다.

월전 장우성은 1953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표준영정 제작을 시작으로, 1970년대에 이르러 다수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다. 당시에는 민족문화와 주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국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민족적으로 추앙받고 있는 선현들의 영정이 제작됐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월전이 초상화를 그렸던 당시로 돌아가 그 초본을 살펴보고, 초본 제작에 대한 이해와 함께 위인, 현인, 학자, 열사 등 역사에 빛나는 인물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천시 주최,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주관으로 오는 9월 21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이순신, 윤봉길, 강감찬, 김유신, 권율 등의 영정 초본과 영인본을 감상할 수 있으며, 이순신의 각대 스케치와 거북선도 만나볼 수 있다.

월전 장우성, 영정의 기준을 세우다

이충무공 영정
김유신 영정

 

 

 

 

 

 

 

 

 

 

 

 

 

장우성은 평생에 걸쳐 많은 역사 인물의 초상화를 제작했다. 그는 초상화만을 전문으로 하는 화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초상화 실력 덕분에 아산 현충사의 ‘이순신 영정(1953’), 진천 길상사의 ‘김유신 영정(1971)’, 낙성대에 봉안되어 있던 ‘강감찬 영정(1974)’, 한국은행의 ‘정약용 영정(1974)’, 예산 충의사의 ‘윤봉길 영정(1978)’, 한국은행의 ‘정몽주 영정(1981)’ 등 6점의 표준영정을 포함, 수십 명에 달하는 역사 인물의 초상화를 그려 영정 분야에도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다.

장우성은 영정의 주인공이 현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모를 파악할 수 있는 사진 등의 자료가 남아있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그 외모를 재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자료가 남아있지 않았으므로 스스로 문헌을 통해 고증을 하기도 하고, 이병도·이선근 등의 역사학자, 미술사학자들로부터 고증을 받아 최대한 영정 주인공의 원래 모습에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제작과정을 거친 그의 초상화는 한결같이 실제 인물을 대하는 것 같은 박진감 넘치는 사실성과 함께 단아한 격조를 머금고 있어 인상적이다. 즉, 동아시아에서 초상화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양대 지표인 피사인물의 외형적 닮음(likeness)과 성정(性情)의 표현에 모두 성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충무공 이순신은 어떤 외모를 가지고 있었을까? 충무공 이순신의 참모습은 아쉽게도 알 수가 없다. 충무공 이순신의 표준영정은 표준영정 자체의 성격이나, 제작 및 선정 과정 등 이순신의 참모습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신빙성 있는 대안이다.

20세기를 전후하여 심전 안중식, 청전 이상범 등의 화가들에 의해 이순신의 초상화가 수차례 그려진 바 있다. 그러나 이순신이 살았던 조선시대의 초상화와는 모두 일정 부분 거리가 있는 그림들이었다.

월전 장우성이 1953년에 그린 영정은 제작 당시 자신의 문헌고증 뿐만 아니라, 역사학자, 미술사학자들의 고증, 후손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이순신의 참모습을 복원하고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장우성의 <충무공 영정>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73년 한국의 첫 번째 표준영정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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